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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화학 공정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TechnoVision 2026로 본 화학·소재 산업의 다음 단계
2025년 12월 18일 작성자
AI는 화학 공정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아이솔

최근 Capgemini가 발표한 TechnoVision 2026은 AI와 생성형 AI가 더 이상 실험적인 기술이 아니라, 기업 운영의 중심 구조(backbone of enterprise operations)로 이동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이 보고서를 접하면 자연스럽게 IT 기업이나 디지털 서비스 산업을 떠올리기 쉽지만, 아이솔 트렌드 분석팀은 이 메시지가 오히려 화학·소재·정밀 공정 산업에 훨씬 더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화학 산업은 본질적으로 데이터가 많고(data-intensive), 공정이 복잡하며(complex processes), 작은 변수 하나가 품질과 원가에 큰 영향을 주는 산업입니다. 다시 말해, 경험과 판단이 축적된 산업이고, 그렇기 때문에 AI가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판단을 구조화하는 도구’로 작동할 수 있는 여지가 큰 분야입니다.

Capgemini가 말하는 2026년의 AI는 특정 설비에 붙이는 자동화 솔루션(automation tool)이 아닙니다. 단발성 PoC(개념 검증, Proof of Concept)나 일부 파일럿 프로젝트를 넘어, 공장 전체 운영을 관통하는 구조적 요소(structural component)로 자리 잡는 단계에 가깝습니다. 화학 공정에서 이를 풀어보면, AI가 단일 공정 조건만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process), 에너지(energy), 원료(raw material), 품질(quality), 정비(maintenance) 데이터를 함께 바라보며 운영자가 판단해야 할 방향을 정리해 제안하는 역할로 이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공정 자동 제어(process control)에서 지능형 운영(Intelligent Operations)으로 넘어가는 흐름입니다.

실제 현장에서 AI가 가장 먼저 적용되는 영역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기존 화학 공정은 주로 PID 제어(PID Control, Proportional–Integral–Derivative Control: 공정 오차를 비례·적분·미분 계산으로 보정하는 기본 자동 제어 방식)를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PID 제어는 검증된 방식이지만, 원료 로트 변화(raw material lot variation), 계절·환경 변화(environmental changes), 설비 노후도(equipment aging)처럼 여러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까지 미리 예측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AI는 기존 제어를 대체하기보다는, 과거 공정 데이터를 학습(machine learning)해 이상 징후(anomaly)를 더 이른 시점에 감지하고, 현재 조건에서 어떤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지를 설명하며, 운영자에게 조정 방향(recommended actions)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즉, 완전 무인 자동화가 아니라 사람이 최종 판단을 내리고 AI가 그 판단을 돕는 Human-in-the-loop 구조에 가깝습니다.

품질 관리 측면에서도 AI의 역할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화학·소재 산업에서 가장 큰 비용은 불량(defects), 재작업(rework), 사양 외 제품(off-spec products)입니다. AI는 공정 데이터(process data), 품질 분석 결과(quality results), 설비 상태 데이터(equipment condition data)를 함께 분석해, 이번 배치(batch, 생산 단위)에서 품질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predictive quality analytics)합니다. 이는 ‘AI를 써봤다’는 수준을 넘어, 실제 손실을 줄이고 수율을 개선하는 Proof of Impact 단계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영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에너지와 원가 구조에서도 AI의 적용은 점점 현실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MDI, 폴리우레탄, 정밀 화학 공정은 에너지 사용량이 많고(energy-intensive), 원가 민감도가 매우 높은(cost-sensitive) 산업입니다. AI는 단순히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생산 계획(production planning), 설비 부하 분산(load balancing), 정기보수(Planned Maintenance) 시점, 원료 투입 조건(feedstock conditions)을 함께 고려해 가장 비용 효율적인 운영 시나리오(cost-optimal operating scenario)를 제안하는 쪽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TechnoVision 2026에서 언급된 “AI is eating software”라는 표현도 화학 공정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과거에는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생산 실행 시스템), APC(Advanced Process Control, 고급 공정 제어), QMS(Quality Management System, 품질 관리 시스템), EMS(Energy Management System, 에너지 관리 시스템)가 각각 분리된 시스템(siloed systems)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이제 AI는 이 경계를 허물고, 운영자가 ‘어떤 시스템의 버튼을 누를지’가 아니라 이번 공정의 목표(process intent)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도록 바꾸고 있습니다. AI가 데이터를 통합(data integration)하고, 시나리오를 계산(scenario simulation)하며, 선택지를 제시(recommendation generation)하는 구조로 운영 방식이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기술 주권(Tech Sovereignty)이라는 키워드도 화학 산업에서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공정 데이터(process data)는 기업의 핵심 자산이고, 설비 운전 로직(control logic)은 노하우이며, 품질 예측 모델(quality prediction model)은 경쟁력입니다. 모든 데이터를 외부 퍼블릭 클라우드(public cloud)나 특정 솔루션 벤더(vendor lock-in)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는 중장기적으로 리스크(risk exposure)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현장에서는 프라이빗 클라우드(private cloud), 하이브리드 클라우드(hybrid cloud), 온프레미스 AI(on-premise AI)를 조합한 현실적인 주권 전략(pragmatic sovereignty strategy)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아이솔 트렌드 분석팀은 AI가 화학 공정을 대체(replace)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대신 AI는 숙련자의 판단(expert judgment)을 구조화하고, 경험을 데이터로 축적(knowledge codification)하며, 공정 변동성을 관리(variability management)하는 보조적이지만 핵심적인 도구(enabling tool)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많이 도입했느냐보다, AI를 공정 운영 구조 안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여냈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Capgemini TechnoVision 2026이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실험을 넘어 운영으로, 자동화를 넘어 지능화로, 단일 공정을 넘어 전체 공정으로. 아이솔은 이 변화 속에서 기술 자체보다 공정과 결합된 AI의 현실적인 활용에 계속 주목해 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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